2011/11/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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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출의 낙화암 - 1934년 PKwon| 숙명론  
신불출의 낙화암 - 1934년 PKwon| 숙명론
Kujie | 조회 54 |추천 0 | 2011.10.12. 16:47

 신불출은 개성 출신으로 30년대 말에서 40년대까지 최고의 코미디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티비 같은 건 없었으므로, 여러 곳을 돌면서 공연을 했는데, 그 인기가 정말 대단했다고 전해집니다.

 

지금의 유재석, 김제동의 인기를 합친 정도였다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사진을 보니 당시에는 꽤 잘생긴 얼굴이었더군요.

 

그래서 신불출이 북한으로 넘어갔을 때에 북한이 한동안 시끌벅적했으나, 결국은 그곳에서 1962년 숙청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어쨌든, 신불출의 만담들은 그가 월북하여 숙청되었기 때문에 세상에 전해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옛날 레코드 몇 개가 발견되어 그의 만담이 어떠했는가의 단면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본을 본 게 아니라 어딘가에 올려진 글을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가 사용한 용어들을 보면 꽤 똑똑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코미디 작가 같은 건 없었으며 신불출은 만담 원고를 직접 썼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맞춤법은 제가 남한식으로 좀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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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노인 !
저 흐르는 물이 백마강이고, 이 바위가 낙화암이지요 ?
(주: 청년, 노인 모두 신불출의 1인2역)

 

노인:옳소 !
백제의 꽃같은 궁녀 3천명이 송죽같은 절개를 당나라
군사들의 손에 꺾이지 않으려고 이팔 청춘 고은 몸을 모조리
이 바위 위에서 강물로 던진 사실은 그대도 잘 알고 있겠지 ?

 

아흐~!
그것은 참 너무나 참혹한 사실이었오 ! 또, 거룩한 사적이었오 !
그것은 백제가 망했다하는 그 사실보다도 더욱 큰 일이었단 말요 !

 

그날은 하늘도 구슬퍼서 흐리고 있었다 !
강물 소리도 목이 메어서 흘러 내리지를 못했다는구료 !

 

아아 ~!
그러나 세월은 흐르고 역사도 흘러,
그것도 하마 2000년 전 옛날이 되고 말었구료 !

 

자~! 젊은 사람 ! 이 바위에 앉어 근방을, 한 번, 둘러 보시기요 !
그 옛날 700년 영화를 자랑하던 부여성 옛 터에는 봄 풀이 우거진

 

속에 벌거지들이 집을 짓고 살고, 9중 궁궐이 있든 터에는 봄 볕이
따스한 때, 농부들이 한가히 밭을 갈고 있단 말이야 ! 하,하,하~!

 

그리고, 뜻 깊은 이 백마강 사자수 흐르는 물에,
붉은 저녁 노을이 비낄 제 마다, 적막 공산을 피맺혀 울어주는

 

저, 뻐꾸기,두견새 소리만이 마음있는 나그네의 창자를
절절하게도 끊고 있을 뿐이로구료 ! 하,하,하~!

 

"국파산하재, 성춘초목심, ,,, !"
(주: 나라는 망해도 산과 강은 그대로 있고, 봄이 오면 (버려진)성에는 초목이 깊게 박혀 있다 - 즉 나라가 망해도 자연은 그냥 그 자리에 있다는 무상함을 노래한 옛 시)

 

라고 하는 말처럼, 옛 사람의 시가 있는 것같이, 역사도 바뀌고,
사람도 가고, 사실도 바뀌었으되, 강산만은 옛 날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다는 말이거든 ?!!

 

그러나, 이 바위에 낙화암이란 일컬음만
외롭게, 의롭게, 남아 있으면 무얼하우?!?

 

신의와, 정렬이라는 것은 무엇 말라 죽는 것이며 ?!?
절개라 하는 것은 뉘 집 아해 이름이냔 말이오?!? 어엉~?

 

자기 한 사람의 이욕(이익과 욕심)과 영화를 위해서는 !?

 

아침에 가졌던 신의나 약속이 점심 때도 못되서
변해져 버리는 것이 이 세상 사람들의 인심이라는구료 !?

 

그리하여, 때와 경우를 따라서는, 지난 적부터 이적지까지,
남쪽으로 흘러 내려가든 강물이, 오늘은 북쪽으로도
흘를수가 있다는구료 ! 글쎄~! 이런~!? 응? 아아~ !

 

그리고, 또, 세상은 그새 문명했단 말이야 ! 어으?
소위, 이른 바 ! 개화를 했다는구료, 개화~! 흐흥 !

 

그래서, 요새는 가끔 시집 안 간 처녀 아해들이
멋대로 애를 배서는, 낙태를 해서리,
이 뜻 깊은 강물 우에다가 함부로 던지고 가고 !

 

아, 그리고, 더 나아가, 심지어, 어떤 때는 글쎄 !
임질 매독을 난(걸린) 놈들이 역사깊은 강물 위에다
오줌을 깔기고 가 !! 어엉?! 하,하,하!

 

청년 : 노인 ! 지금, 노인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보니;

 

만일 옛 사람들의 영혼이 아직까지도,
이 강물 위에 남어 있다고 하면;

 

아, 그래, 슬퍼서, 슬퍼서 울겠습니다 그려~!??!

 


노인 : 아아암믄~! 옳소! 울다 뿐이겠오? 어~?
목 놓아 울께지 ~!!

 

후 세상사람들의 못나고 드러운 것을 바라보고는 !
또, 탄식해서 슬퍼 통곡할 것이란 말이오 !

 

그리고, 아울러, 적막해지는 이 강산을 바라 보고는 !
또 다시, 원통해서 피맺혀 울 것이란 말이오 !!!

 


저, 저, 저런 변이있나~! 저것 좀 보시오 ! 응~?!
저 아래 나물 캐러 온 철딱서니없는 아해들이 피리를
꺾어서 노래를 불르는구료~! 저어런 ~! 쯧쯧쯧쯧 !

 

청년 : 노인 ! 아니, 선생님 !
너무 과히 슬퍼하시지 마십시오 ! 예~?!!

 

이적지까지 선생님께서 염려하시면서 하신 말씀 !
뜻 깊은 그 말쌈을 저도 결단코, 결단코 !
헛되지 아니하게 하겠아옵니다 ~!

 

노인 어르신네님 ! 제가 시 한 시를 읊을 터 야요 !

 

(이광수의 시 '낙화암')
1.사자수 나린 물에, 석양이 빗길 제! 버들꽃 날리는 데, 낙화암이란다 !
철없은 아해들은, 피리만 불건만! 맘있는 나그네의, 창자를 끊누나~!
낙화암, 낙화암 ! 왜 말이 없느뇨?

 

2.7백년 나려오든, 부여성 옛 터에! 봄맞는 푸른풀은, 옛같이 푸른데 ~!
9중의 빛난 궁궐, 있든 터 어데며? 만승의 귀하신 몸, 가신 곳 몰라라~!
낙화암, 낙화암 ! 왜 말이 없느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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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는 1933년이라고 되어 있지만 그건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신불출은 그 시점에서 별로 유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과 북 어쩌고 하는 것을 보니 해방 직후의 사회상을 그린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일단 1930년대라고 치고,

 

이 때에도 이익, 욕심, 영화를 노리는 배신이 판을 쳤으며,

 

젊은 여자들의 낙태도 극심하였고, 성병이 만연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즉 지금의 사회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소리이지요.

 

역사를 알게 되면, 기질이나 근성이란 건 해가 가도 같다는 것을 알게 되어지는군요. 

 

200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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