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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칠현의 청담질, 깨달음질의 종말 PKwon| 숙명론  
Peter | 조회 60 |추천 0 | 2008.01.02. 23:43

삼국지는 실질적으로 제갈양의 죽음으로 끝납니다. 제갈양의 죽음으로 천하대세는 완전히 확정되었고, 이를 뒤집을 근거는 거의 없어집니다.

(일설에는 이미 관도대전 때 끝났다는 이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유비가 이릉에서 발광하지 않았다면 대세는 달라졌을 것이며, 하필 그 때 육손이란 자가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대세는 달라졌을 겁니다. 육손은 천기를 어지럽혔고, 백 년이 못 가 육손의 가문은 그 댓가를 치루게 됩니다.

자기 딴에는 애국이라고 한 짓도 천기를 어지럽히면 그 죄는 자신과 그 가문은 물론 태어난 고장에까지 미치는 게 운명인 것입니다. 물론 어지럽힌 죄가 클수록 갚아야 할 보상도 커지는 건 당연하겠지요)

어쨌든, 얼마 뒤 위도 멸망하고, 사마씨의 진나라가 들어서게 됩니다. 위라는 나라 이름은 얼마간 남겨 두긴 했으나 실질적으로 진으로 봐야 합니다.

그런데 진나라는 적국이라곤 이제 골골하는 촉과 거북처럼 틀어박혀 있는 오 정도밖에 없으니, 천하는 사실상 태평해졌고 귀족들은 사치와 발호로 가득찼습니다.

이 때 나타난 자들이 바로 '죽림칠현' 입니다.

이들은 도를 익힙네 하고 온갖 짓들을 다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궁핍한 척 하긴 했어도, 결코 의식주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칠현 중 제일 유명한 완적만 하더라도, 그의 딸이 황태자비(후에 진무제가 되는 사마염의 비)로 거론될 정도의 레벨이었습니다.

완적의 집안이 얼마나 빵빵했으면 황태자비로 거론되기까지 했겠습니까?

[그리고 결론만 말하자면, 완적이 거절하는 바람에 황태자비 자리는 장군 양준의 딸인 '양지'라는 여자가 차지했습니다.

나중에 양준, 양지 부녀의 전횡질로 사마씨 중 그나마 유일하게 쓸만한 종친들인 사마위, 사마양이 억울하게 죽고, 팔왕의 난이 일어나는 원인제공을 했으니,

완적이란 자가 진정으로 깨달은 자였으면 그 꼴을 예상 못했겠습니까? 깨달은 척 하고 지 몸만 편하려고 한 비겁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다음으로 유명한 혜강도, 자기 이름을 내려고 사마소의 황제즉위를 반대하다 죽었습니다. 이미 사마씨 세상이고 위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해졌는데, 사마소의 황제즉위를 반대한 건 순전히 자기 이름을 세상에 알리려는 퍼포먼스였습니다.

혜강은 죽기 전에 광릉산이란 곡을 남겼다고 하는데, 이게 청빈한 사람이 할 짓입니까. 역시 의식주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의 풍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미 죽은 완적을 제외한 나머지 '5현'들은 혜강이 죽는데도 일언반구도 꺼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자기들의 향락에 취하여 동료가 죽든 말든 즐겁게 놀았던 것입니다. 실제로 이들은 곧 본색을 드러내, 사마염 시대의 엄청난 사치, 퇴폐풍조에 앞장서게 됩니다.

대개 도를 닦겠다고 하고 큰 '깨달음'에 오르는 자들의 대부분은 이렇게 의식주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본색은, 중복날 시체보다 더 썩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이 무슨 도를 깨달았든 말았든 후세에는 이야깃거리로 쓰면서 이들을 비웃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던 계층에선 이들을 영웅으로 모셨지만요.

(예를 들어 광해왕 시대에 반란을 꾀한 상급양반들의 서출자식들이 자신들을 죽림칠현에 비유했지요. 벼슬은 못하지만 권세는 있으니 먹고 놀고 허튼 짓 하는 거 말고 할 게 뭐 있었겠습니까.)

06.04.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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