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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1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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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대史 새로 쓰는 사람들 - 그 깜짝主張 즐거운 想像  

 


한국고대史 새로 쓰는 사람들 - 그 깜짝主張 즐거운 想像

[중앙일보] 입력 1997.05.31 00:00


당혹스런 역사해석을 듣자.고구려·백제·신라 삼국과 가야는 중국에 있었다.왜(倭)는 본래 대만에 있다가 열도로 자리를 옮겨 일본이 됐다.이성계(李成桂)의 부모는 여진인으로 출생지 함주는 함흥이 아니고 허난(河南)성 통허현이다.이성계는 중국에서 배를 타고 1427년 황해도해주로 들어와 한반도에 조선왕조를 세웠다.

이는 재야사학자 이중재(66·한국상고사학회장)씨의 주장이다.그렇다면 그 이전 한반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다시 그의 말-.“그때 한반도는 국가체제도,지방행정도 없는 황무지,즉 평민들이 살던 구석땅이었다.중국에 남은 고려는 명나라 주원장(朱元璋)에 의해 멸망했다.”

박용숙(62·동덕여대 회화과)교수의 가설을 대하면 더 숨이 가쁘다.한민족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역사를 개막한 수메르족이다.그들은 1천8백년간 환인시대를 유지하다 기원전 2333년 침공해온 아카드의 사르곤과 결합한다.사르곤은 수메르의 여신과 결혼해 단군을 낳았고,그 후손은 제국의 최고 지배계층이 된다.이 사르곤이 곧 환웅(桓雄)이며 중국역사의 황제(黃帝)와 동일 인물이다.

한민족의 일부는 서쪽으로 가 미케네 문명을 일으키고 원래 땅에 남은 사르곤의 연합제국은 고조선과 부여(페르시아 제국)로 이어져 기원전 7세기까지 계속된다.이후 부여 태자 고열가가 지금의 이란땅 하그마다나에 북부여(메디아 제국)를 세우고 자칭 천제 해모수(解慕漱)가 중앙아시아 타슈켄트에 동부여(일명 부여별종)를 세운다.동부여에서 고구려가 나타나며 여기서 다시 백제·신라로 이어진다.朴교수의 말대로라도 한반도는 역시 공백이다. <관계기사 35면>

잠시 호흡을 가다듬자.이들의 역사확장은 끝이 없어 보인다.본의 아니게 고대 한반도가 역사의 완전한 변방으로 몰리는데도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또 대부분의 경우 역사의 단절된 부분에 대한 연결고리를 만드는데는 허술하다.역사학자 에드워드 H 카의 말처럼 이들을 일단 가상(假想)학파(might-have-been school)라고 부르면 어떨지.

이중재씨와 비슷한 역사관을 펴고 있는 재야사학자 정용석(44)씨를 통해 새로운 역사해석의 의미를 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후세들이 자존심 충만한 후예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확장정신 또는 광역정신이 필요하다. 누구라도 지금의 정사(正)에 부정(反)의 역사논리를 들이댐으로써 나중 합(合)의 새로운 역사관을 세워야 하지 않는가.”

간혹 이런 파괴론을 ‘세기말’과 연관시키기도 한다.그러나 재야 또는 비주류 사학들의 입장은 다르다.‘바로잡아 달라’는 역사의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의 말을 되살리면 어떨까.“착잡한 현실속에서 우리를 이끌어준 안락한 공식을 잃어버렸을 때…우리는 새 디딤돌을 찾아낼 때까지 마치 사실(事實)의 대해(大海)에 빠진 것과 같다.”

사실(史實)도 그렇다.역사해석의 열망은 사실적 총체로서의 역사와 역사서(歷史書)로서의 역사 사이에서 진동하게 마련이다.그러다가 자칫 신비주의·냉소주의의 양극단을 오갈 우려를 낳는다.게다가 어느 시대건 위서(僞書)파문이 있어 역사를 제대로 읽기가 난망하다.

내친 김에 더 달리자.역사의‘지평 넓히기’가 뭐 나쁘랴. 박용숙교수는 한민족의 강역을 지금의 이라크·터키·시리아·레바논등이 자리잡고 있는 서남아시아 지역으로 확장한다. 고구려는 서남아시아 일대를 장악한 리디아·페르시아 제국, 백제는 이란동부의 파르티아 왕국, 신라는 파키스탄 인근 박트리아 왕국이었다. 가야는 인더스강 하류에 자리잡았다.

중재·정용석씨의 경우 서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 역사를 시간적으로는 1만년 이상,공간적으로는 중국대륙 전체와 서역·몽골·바이칼호 지역과 동남아까지 옮긴다. 문헌대조와 해석을 통한 한국·중국 지명의 1대1 대응은 꽤나 현란하다. 예컨대 이중재씨 주장대로라면 신라의 경주는 중국 간쑤(甘肅)성 경양현이며 백제의 공주는 허난성 웅진이다. 박혁거세(朴赫居世)와 김유신(金庾信)묘는 장쑤(江蘇)성 오현에 있다. 의주는 허난성 급현이며 압록강은 여기에 흐르고 있다.

현직 국사교사 이희옥(李熙玉·60·서울 중앙중학교)씨의 입장은 좀 다르다.두번의 역사날조로 한민족의 무대가 위축됐다는 것이다.“그 하나는 삼국사기를 편찬(1145년)했던 김부식(金富軾)이 고의로 BC 3000년이던 고구려의 건국연대를 BC 33년,기원전 2∼3세기에 세워진 백제를 BC 18년에 건국했다고 기록한 것이다.6세기 이후 국가모습을 갖춘 신라가 뒤늦게 중심에 위치하기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말하는 또 한번의 결정적인 역사왜곡은 8∼10세기에 걸쳐 일본에서 진행된 것이다.당시 일본에서는 멸망한 가야·백제·고구려계 영주·호족들이 대대적인 ‘역사만들기’작업에 나섰다.그들의 손에 의해 없던 ‘일본’이 소설처럼 만들어졌다. 그리고 나서 백제의 사서(史書)를 모두 없앴다는 것이다.

재야사학자 정용석씨의 사례 한토막-.그는 요즘 하루 18시간씩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입수한 ‘고려도경(高麗圖經)’(중국 북송 휘종시대 徐兢저)을 번역하면서 가벼운 흥분 상태다.고려로 가는 북송의 사신이 지금의 한반도가 아니라 마카오쪽으로 가는 까닭이다.뿐만 아니라 고려를 발판으로 일본정벌에 나선 중국 원나라의 출병 근거지도 광시(廣西)성 합포로 그려져 있다.하루빨리 발표하고 싶은 마음-이게 그들의 세계다.

역사는 말이 없고 오직 역사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인가. 오랜 논란거리였다. 심지어 역사가가 갖춰야할 제일의 덕목은 무지라는 야유도 있다. 그래야 사안을 단순화하고 선택·생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증주의자들은 역사는 스스로 말을 한다는 논리를 폈다. 독일의 역사학자 랑케의 한마디로 글을 맺자. “그것이 진정 어떠했는가”(Wie es eigentlich gewesen). 정말 그것이 궁금하다. 허의도·채인택·강주안 기자

<조인성 교수의 매운 반론>

경희대 사학과 조인성교수는 최근 발간된 ‘한국사 시민강좌’ 제20집에서 ‘국수주의 사학과 현대의 한국사학’이라는 글을 통해 특히 고조선사를 둘러싼 일부 재야 사학자들의 입장을 비판했다. 민족주의를 내세워 고조선의 강역을 넓히고 건국연대를 수천년 당기는 것은 비학문적이라는게 그의 지적.다음은 조교수 글의 주요 대목이다(특별히 위 4인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님).

◇재야 학자들이 사료로 제시하는 8세기초의 ‘단기고사(檀奇古史)’,17세기 중엽의 ‘규원사화(揆園史話)’, 공민왕 12년의 ‘단군세기(檀君世紀)’와 이들을 참조해 나온 ‘환단고기(桓檀古記)’등은 1920년대 후반에야 나온 위서(僞書)다.

◇5공 출범 당시 일부 재야 역사학자는 전두환(全斗煥) 정권을 제5조국으로 이름했다.환인의 나라 환국, 환웅의 나라,단군왕검의 고조선이 각각 제1·2·3 조국이며 부여·삼국·고려가 제4조국이고 조선과 1∼4공화국은 무조국(無祖國)의 시대라는 것이다.이는 정통성 확보를 위한 극단적 민족주의의 발로다.

◇강역과 건국연대의 비과학적 확장은 ‘일본서기’등에 나오는 신화·전설을 갖고 고대에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다는 일·선(日·鮮)동조론을 들고 나와 침략을 고대사 복구라고 호도했던 일제 황국사관과 맥이 통한다.

◇지난 82년 일본 극우 사학자 가시마 노바리(鹿島昇)가 번역한 일본어 번역본 ‘환단고기’에 대한 아고 기요히코(吾鄕淸彦)의 평가-“‘환단고기’는 조선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만몽·중국에서 서역까지를 무대로 한 상고사로 고대 일본민족의 걸음을 정확히 알 수 있게 해준다.”

◇육군본부 발간 ‘통일과 웅비를 향한 겨레의 역사’(83년)중 한토막-“통일·번영을 위한 민족의 웅비(…)그 다음의 과제는(…)드넓은 만주벌판을 수복하는 일이다(…)대륙 수복 의지가 담긴 진취적 통일지향의 민족사관을 정립해야겠다.” 이는 역사인식 왜곡의 우려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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