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52
이름: 서울신문
2010/7/15(목)
조회: 2100
상고사硏 이중재회장 기존 奇書·동물誌 해석에 반론  

 
중국의 고서 가운데 기괴한 형태의 동물그림과 초(超)상식적인 내용 때문에 그동안 기서(奇書) 내지 동물지(動物誌)로 알려져온 ‘산해경(山海經)’에관해 새로운 해석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상고사연구회 이중재(李重宰·68) 회장은 22일 “그동안 기서로 취급돼 온 산해경의 비밀을 중국의 고대 사서(史書)를 토대로 처음으로 풀었다”고 밝히고 “산해경은 고대 동이(東夷)부족들의 생활상과 당시대의 지리·풍속·자연현상을 기록한 종합 역사서”라고 주장했다.

‘산해경’은 한대(漢代)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산경(山經)·해경(海經)으로 구성돼 있다.원문은 총32권 규모였으나 현존하는 것은 동진(東晋)의 곽박(郭璞)이 18권,30,825자(字)로 재편집한 것이다.산경은 중국및 주변지역을 다섯방향(동·서·남·북·중)으로 나누고 447곳의 산을 중심으로서술하고 있다.반면 해경은 중국권 내의 해내(海內)와 중국권 밖의 해외(海外)·대황(大荒)으로 나눠 이국의 풍물이나 영웅의 행적,신(神)들의 계보 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동안 ‘산해경’은 한·중·일 등 동양3국에서 공통적으로 신화(神話)나동물·지리지(誌)로 해석돼 왔다.한 예로 ‘해외남경(海外南經)’ 가운데 ‘三首國在其東 其爲人一身三首’라는 귀절에 대해 기존 번역서들은 “삼수국이 그 동쪽에 있는데 그 사람들은 한 몸에 머리가 셋이다”고 번역해 왔다.

그러나 이 회장은 “삼수국은 동쪽에 있는,3인의 정승이 다스리는 나라”라고 풀이하면서 “3정승은 입법·사법·행정 책임자로 이 나라는 군주 대신이들 3정승이 다스렸다”고 설명했다.또 ‘대황서경(大荒西經)’ 가운데 ‘西北海之外 赤水之西 有先民之國 食穀 使四鳥’에 대해 기존 번역서들은 “서북해 밖 적수의 서쪽에 선민국이 있는데 곡식을 먹고 살며 네 종류의 짐승을 부린다”로 풀이해 왔다.그러나 이 회장은 “서북 나라 밖 적수의 서쪽에 있는 선민국 사람들은 곡식을 먹고 살며 호랑이·표범·곰·큰곰 등 네 부족을 부린다”로 풀이했다.‘사사조(使四鳥)’의 ‘鳥’는 조수(鳥獸)의 총칭이긴 하나 실지 동물이 아닌,동물로 상징된 네 부족을 지칭한 것이라는 것.이같은 내용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출간된 번역본들은 원문의 한자 뜻풀이에 충실한 정도”라며 “산해경의 원문이 황당무계하고 기괴하게 느껴지는 것은 고도의 은유·비유법을 쓴 탓”이라고 설명했다.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각종 괴물형태의 그림과 관련,이 회장은 “진나라 이후 사람들이 원문의 참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한자풀이만을 토대로 그린 상상화”라며 “이 때문에 이 책이 역사서보다는 기서 정도로 인식돼 왔다”고 밝혔다.

85년 ‘산해경’을 역주(譯註)로 출간한 이화여대 중문과 정재서(鄭在書·47) 교수는 “‘산해경’은 신화적인 내용이어서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고 전제하고 “고구려 벽화에 산해경의 그림이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고대사와도 관련성이 깊은 책”이라고 말했다.

 

 

정운현기자 jwh59@
 
1999-08-2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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